건망증인 줄 알았는데… 혹시 나도 치매?
우리나라 12분에 1명꼴로 발생 2024년 치매환자 100만명 예상 발병해도 마냥 두려워할 필요없어 적절한 치료와 주변의 관심 통해 완치되거나 병의 진행 늦출 수 있어
지금껏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유명 변호사 태석(이성민)은 어느 날부터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일상에서도 이미 끝내 놓은 일을 부하 직원에게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 병원을 찾아간 그는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에게는 끝까지 숨기려 하지만 약을 집에 놓고 오는 바람에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들키게 된다.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기억’의 한 장면이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전도유망한 전문직 중년 남성의 삶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았다.
치매는 가벼운 기억장애에서 행동장애, 이상행동까지 나타나는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65세 이상에서 주로 발병해 평균 수명 증가와 출산율 저하로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 꼽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에서 치매환자가 12분마다 1명꼴로 치매환자가 발생하고, 현재 환자 수는 6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앞으로도 치매환자는 꾸준히 늘어 2024년 100만명, 2041년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치매환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비용도 크게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치매에 의한 평균 재원일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인 183.2일로, OECD 평균(41.6일)의 4.4배에 달한다. 집안일 등 여태까지 어려움 없이 해온 익숙한 일을 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시트콤 등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소재로 자주 쓰이는 리모컨을 휴대전화와 혼동하거나, 중요한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중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까먹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단순한 기억력 감퇴 외에도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무턱대고 남을 의심하는 등 불안, 착각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치매를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불치병’으로 간주하고 치료 등을 포기하고 삶의 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치료로 증세를 완화하거나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혈관성 치매는 혈관이 노쇠하여 생기는 치매이므로 중풍과 심혈관 질환의 예방법과 비슷하다. 체지방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꾸준하게 운동하고 금연, 금주를 하는 것이 좋다. 알츠하이머는 뇌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이므로 뇌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 도움이 된다. 병에 위축되지 말고 폭넓은 사회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태도도 도움이 된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자각하면서 느끼는 자괴감과 우울감을 덜기 위해 주변에서 격려와 칭찬으로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도 중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는 “치매 환자들은 쉽게 사소한 일에 불안해하거나 우울해 하는 특징이 있다”며 “이때 주변 사람들이 감정적인 지지를 해주면 이상심리 증상이 완화될 수 있고, 낙담하지 않고 치료에 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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