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파병 은혜 갚는 일”... 칠곡군, 9년째 에티오피아 사랑

【경상포커스=배성호기자】6·25전쟁 당시 파병으로 도움을 준 에티오피아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은 칠곡군민의 ‘에티오피아 사랑’이 9년째 이어지고 있다.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칠곡군은 2014년부터 에티오피아의 ‘교육·농업 환경 개선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지금까지 칠곡군민 2300여명이 동참했다.

모금액만 8억 여원. 지난달 기준으로 월 정기 후원자는 713명이며, 매월 1000만원의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칠곡군이 에티오피아 돕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에티오피아가 6·25전쟁 당시 6000여명을 파병해 630여명이 전사하거나 다친 아프리카 유일의 참전국으로 호국과 평화를 도시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칠곡군민이 에티오피아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의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에티오피아 지원 사업은 군의 예산 없이 각계각층의 주민이 자발적으로 기탁한 1만원~2만원의 소액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초등학생이 모은 저금통부터 주부, 결혼이주여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백발의 어르신까지 나이와 직업, 성별을 초월해 함께 했다.

사병으로 현역 복무를 하면서 받은 월급을 아껴 모은 200만원을 기부한 강경우(24)씨부터 할아버지가 폐지를 팔아 모은 쌈짓돈까지 기탁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사연이 깃들어 있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월 정기 기탁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2020년에는 253명까지 감소했지만 코로나로 에티오피아 국민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2021년에는 713명까지 증가했다.

칠곡군은 지금까지 군민들이 기탁한 성금을 월드비전을 통해 에티오피아 디겔루나 티조 지역에 초등학교 3곳을 신축하고 초등학교 21곳의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바꾸었다. 이와 함께 식수관 16㎞를 새로 놓아주고 식수 탱크 9개, 식수대 14개를 마련해 주는 등 교육과 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갔다.

또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독서캠프를 열고 학부모에게는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에티오피아 지원에 동참하고 있는 비결 중 하나는 기탁식을 군수 주관으로 하고 칠곡군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를 통해 기탁자 이름을 알리는 등 성금 기탁자들이 동참했다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한 덕분이다. 또 2015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고 현지 상황을 파악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주효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군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이어지면서 에티오피아 돕기 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디겔루나 주지사는 “칠곡군을 통해 깨끗한 식수와 양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더 밝은 미래를 위해 힘써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칠곡군민의 마음과 정성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돕기 사업을 시작한 백선기 칠곡군수는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 듯 군민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큰 기적을 이루어 냈다”며 “9년 동안 결초보은과 인류애를 실천해온 에티오피아 지원 사업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